해고 통보
해고라는 단어가 파도처럼 덮쳤다
뜨거운 피가 끓던 젊은 날은
썰물과 함께 사라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온몸이 밀물 속에 빠져 들어갈 때
눈물은 아내를 적셨다
먼발치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갈매기 울음을 따라
비린내처럼 날아왔다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고
저물어 가는 바다는 해를 삼켰다
항해를 멈춘 뱃머리는
검은 얼룩이 끝없이 출렁거렸다
마음 깊은 곳
뜨거운 감정이 치솟았다
다스리기 힘들어
오래 흔들려야 했다
[논평] 이종섶 시인·문학평론가
「물 위에 서다」가 「공무원」의 시점과 관점에서 이전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 내용으로 관계하고 있다면, 「해고 통보」는 「공무원」의 진행형에서 또는 주요한 변곡점을 형성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공무원」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동시에 「물 위에 서다」의 세세한 내용들이 그 당시로써는 혼돈 그 자체였으나 그것이 동시에 끌개 역할을 했던 것처럼, 「해고 통보」 또한 현재의 혼돈일 수밖에 없었으나 그에 주저앉지 않음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끌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적으로 혼돈의 상황을 들여다보자. “해고라는 단어가 파도처럼 덮쳤다”는 표현에서 혼돈은 극에 달했으며 그 혼돈이 자신을 “덮쳤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뜨거운 피가 끓던 젊은 날은/썰물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이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를 생각하는데도 걷잡을 수 없이 “온몸이 밀물 속에 빠져 들어”만 갔다. “눈물은 아내를 적”시고 “먼발치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는” “비린내처럼 날아”와 코를 자극했다. “친구들은 하나둘 떠나고/저물어 가는 바다는 해를 삼”키며 어두워졌다. 이러한 일들 때문에 환경도 마음도 “다스리기 힘들어/오래 흔들려야 했”던 것이다. 차라리 “세금을 추징당한 월급쟁이”로 살지언정, “가산금까지 추징당해/허리띠를 졸라”(「봉급생활자는 봉이야」)매고 살아야 할지언정, 해고만은 피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일이 아닐까 싶었던 후회가 뒤늦게 몰려왔다.
이러한 상황은 그 자체로 혼돈이겠으나 따지고 보면 그 혼돈에서 빠져나가게 하는 끌개로 존재한다. 「물 위에 서다」에서 보여준 패턴처럼 「해고 통보」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공무원’이라는 한 개인의 서사에 유기적으로 관계하며 기능한다. 이 역시 결정론적 혼돈에 따른 또 다른 결정론적 혼돈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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