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카토 미래교육 봉사단 대표 정선희
레카토 미래교육 봉사단 대표 정선희

# 입학사정관제, 학생부 종합전형의 한계, 그리고 미국이 되어가는 한국

하지만 당시의 연구자들과 교육 관계자들이 간과한 사실은 이미 IMF가 끝난 직후부터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국가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들어서는 민주(누군가는 좌파라고 폄훼하는)정부들이 모두 평등과 복지, 분배를 기치로 내 세웠다. 그리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3인의 대통령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어느새 우리는 미국 정도는 우습게 추월한 복지 수준을 자랑하는 현실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독 교육, 특히 입시만큼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의 지향은 복지국가였다. 그러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혹독한 신자유주의의 세상이었다.

사회 복지는 국가가 예산을 편성하고 진행하면 진행이 되는 성질의 것이다. 시민의식은 정부의 정책 설정 및 경제성장, 국민 개개인의 인식전환이 맞물리면서 성숙해졌다. 하지만 유독 입시가 이토록 제자리인 이유는 신자유주의를 살아가는 학생, 학부모, 교사의 현실이 변하지 않아서 인 것이다.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 각 개인이 소비자로서만 주체로 ‘호명’받는 세상, ‘교원 평가제’라는 성과주의(Meritocracy) 하에서 학생들 앞에 서야 하는 교사들의 현실은 미국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 우리 학생들의 현실과 미래

입학사정관제, 학생부 종합 전형의 선언적 명분은 공허한 외침이 된 지 오래다. 학생들이 보여야 하는 성과가 교과성적에서 ‘비교과’로 옮겨간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좋은 교과시험 성적도 내면서 수행평가 만점은 기본에 비교과에 실릴 실험 보고서, 동아리 활동 보고서, 에세이, 자기 소개서에 봉사시간까지 챙겨야 한다. 심지어 각각의 비교과 활동의 ‘양’뿐 아나라 ‘질’까지 높여야 하는 이들에게 물리적 시간은 부족하기만 하다.

보통의 고등학생이 혼자서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좋은 대학, 안정적 직장에 대한 과거의 신화는 이미 이들에게는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운이 좋다면 고학력 전공자인 부모나 형제, 친척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운 좋은 학생은 많지 않다. 타인의 도움을 요청할 수 밖에 없다. 그 도움의 ‘질’은 가격에 비례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육은 시간과 자본의 투자에 비례하는 수익 창출 모델로 이해된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칭얼대서는 안된다. 입시가 세상이, 사회가 이렇게 된 이유를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은 도태를 의미한다. 입시지옥이 끝나지 않는 이유 따위를 묻는 시험은 존재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문제를 풀고 비교과를 준비해야 한다. 입시는 어쩌면 학생들이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시험이다. 대입을 경험한 학생들이 학생부 종합전형과 유사한 입사시험을 치르고 세상에 나가면 다시 이들은 세상이라는 입학사정관의 평가에 맞는 착한 노동자이자 소비자로 살아가야 한다. 이렇게 입시지옥은 끝나지 않는 신자유주의 ‘무간지옥(無間地獄)’의 시작인 것이다.

저작권자 © 시사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