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요한 것은 우리 것이다”
- “문화재라고 인정을 하지만 거기에 대한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갓을 제작하고 계시는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박창영 선생의 모습 ⓒ본인제공
▲갓을 제작하고 계시는 국가지정 중요 무형문화재 박창영 선생의 모습 ⓒ본인제공

갓을 만드는 사람 박창영 선생.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서를 받은 지 올해로 21년을 맞는 입장자(종류별로 꾸며 주는 과정을 통한 하나로 연결하여 완성하는 것) 박창영 선생을 만나 뵙기 위해 소하동에 있는 그분의 공방을 찾았다. 자취를 잃어가는 우리의 무형문화재에 대한 명맥을 유지하는 고귀한 삶을 살아오신 박창영 선생의 말씀을 청취하고자 사전에 약속을 정했다.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재에 대한 용어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낯설게 한다. 그만큼 전통문화에 대해 현대 한국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뜻밖에도 요즘 미국의 주문형 콘텐츠 서비스 제작업체인 넷플릭스에서 ‘킹덤’과 SBS‘조선구마사’라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가 출현하는 퓨전 사극을 영상 서비스하고 있다. 이를 본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이 ‘좀비보다 갓’, ‘모자의 나라’라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복원된 철종어진 애자 ⓒ시사팩트
▲복원된 철종어진 액자 ⓒ시사팩트

#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박쥐 문양 갓’이나 ‘철종 어진’에서 보이는 전립 및 18세기, 19세기의 갓을 복원작업 해 특히 애정이 있다. 그만큼 우리의 잊힌 전통문화가 많이 있으며, 이를 복원하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다.

# 갓일을 꾸준히 하려면 체력도 필요할 듯하다.

갓일은 하루 종일 앉아서 하는 정신력과 지구력이 필요하다. 과거 아마추어 복싱선수로 활동했다. 갓일을 배우고 싶다고 제자를 자청하는 이들이 체 1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모두 떠날 정도로 갓일의 수고로움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한 복싱은 어느덧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

# 조선 말기 단발령 이후 갓의 수요는 급격히 줄고 현재에 이르고 있다.

80년대나 90년대까지는 원래 우리 전통 갓을 소품으로 많이 사용했지만 90년대 이후로 거의 이미테이션(imitation) 같은 걸 많이 쓰고 있다. 진짜를 못 보여주는 게 아쉽다. 또 전통적인 것을 너무 왜곡시키는 것도 많고....,

현재는 드라마나 영화 소품으로만 쓰일 정도로 그 시장규모가 없다고 보시면 된다. 그나마 다행은 옆에 든든한 장남이 버팀목이 되어주어 외롭지 않다. 2001년 전수 장학생으로 선발된 장남 (박형박)은 홍익대학교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단국대에서 전통 의상학 박사과정을 수료하여 갓 복원작업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도와주고 있는가.

5대째 가업을 이어받은 나를 지금은 훼손되고 사진으로만 남아있는 복원작업을 할 수 있도록 자료들을 모으고 분석하는 일에 큰 밑바탕이 되고 있다. 아들이 복원작업(분석)을 하는 동안 현미경을 동원하여 전통 갓을 분석할 정도로 열의와 열성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전통문화의 복원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에도 아름다운 기여를 하고 있는 이들 부자에게서 우리는 다시 한번 겨례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전시 공간 부족으로 방 한켠에 자리잡은 갓 ⓒ시사팩트
▲전시 공간 부족으로 방 한켠에 자리잡은 갓 ⓒ시사팩트

# 왜 갓일을 계속 고집하시는지.

가업이다. 갓일을 안 하면 조상님들 뵙기에 면목이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것이다. 굶는 것보다 전통 명맥이 끊어지는 게 싫다. 젊은 시절 하루에도 수십 번 그만두고 싶었다.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일을 찾았을 것이다. 갓을 만들어도 지금은 판로도 명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만들어 놓은 갓을 전시할 공간조차도 없다.(실제 전시 공간이 없어 방 한 컨 먼지 묻은 유리 장식장 안에 놓여있었다)

#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신지.

무형문화재이다 보니 정부에서 매달 지원을 받고 있으나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힘들다. 우리 시(광명시)에서도 지원이나 전시관 건립을 위해 조금 더 힘을 써줬으면 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조례를 만들어(제정) 조금씩 지원을 하고 있는 지자체가 점차로 늘고 있으나 아직 광명시에서는 지원을 받고 있지 않다.

(장남 박형박 씨의 이야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갓일을 그분들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광명시에서도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우리 전통 갓을 더 홍보할 수 있도록 전시관 또는 체험관을 상시적으로 운영하여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실은 무형문화재 인정만 하고 큰 도움을 받고 있지 않다. 청소년 수련관에서 학생들을 위한 작은 체험이 전부이며, 이 예산마저 작년에 비해 삭감이 됐다. 시에서 관심도가 많이 떨어진다.

# 장남으로 가업(갓일)을 해야 되겠다는 마음은

군대 제대하고 나서 디자인 쪽 공부하면서 아버님의 가업을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공인 의상을 시작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우리의 것을 접하는 계기가 되어 갓일도 같이 좀 변형시켜볼까 하고 전수를 받기 시작했다.

▲전시회에서의 모습 ⓒ본인제공
▲전시회에서의 모습 ⓒ본인제공

#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은

전시관이나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한다. 타 지자체는 전승을 목적으로 전시관 등을 건립해주는 추세이다. 광명시에서도 관심을 갖고 추진해 주었으면 한다.

문화를 할 수도 느낄 수도 있는 거점 공간이 필요하다.

외국 같은 경우에 아뜰리에를 만들어 투어를 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우리 실정은 작은 아틀리에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건 개인 몫이라고 핀잔을 준다.

문화재라고 인정을 하지만 거기에 대한 뒷받침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

# ‘갓’ 이야기(인터뷰 후)

갓은 조선시대 성인 남자들이 외출 시 갖추어야 할 예복 중의 하나였다. 원래는 햇볕과 비바람을 막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만들어졌으나 점차 양반의 사회적 신분을 반영하는 용도로 사용되어 갓 속에는 선비정신이 반영되어 만들어졌다.

갓의 크기가 가장 켰을 때 양태 부분이 75센티미터를 넘어 성인 남자 4명 정도 한방에 가득 차서 요즘 말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가 저절로 이루어졌다는 박창영 선생의 우스갯소리는 우리의 멋과 해학을 보여주는 듯했다.

더불어 당시의 갓이 양반의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가장 외형적인 도구였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그는 갓이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패랭이처럼 머리를 겨우 가릴 정도로 작아진 역사를 이야기해주었다. 이는 시대에 따라 갓이 유행에 민감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예복으로 즐겨 쓰던 갓은 우주의 원리와 인문 정신을 결합한 작품이다. 선비정신을 대표하는 사군자 중 하나인 대나무가 주재료일 뿐만 아니라 대나무의 곧은 정신을 둥근형태로 우주의 원리를 반영하고 우주와 인간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갓의 모자 부분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우리 조상들이 추구하던 미의 원리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옷을 입는다는 표현보다는 ‘의관을 정제한다’는 표현을 두루 사용했다. “보여주는 외관을 통해 행동을 바르게 절제할 수 있다”는 박창영 선생의 말씀은 의관을 통해 우리의 선비정신이 나타났다는 말씀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작과정 ⓒ본인제공
▲제작과정 ⓒ본인제공

# 제작과정

먼저 머리카락보다 가는 말총을 작은 쇠갈고리처럼 생긴 바늘로 정교하게 엮은 뒤 먹칠을 해 초 모자를 완성한다. 차양 부분인 양태는 대나무를 삶아 쪼개고 문질러 머리카락 굵기로 만들어 결은 뒤 다시 명주실이나 대올을 덧입혀 옻칠을 한다.

완성된 총모자와 양태는 인두질과 아교 칠, 덕칠, 옻칠을 반복하면서 조립해 완성한다. 갓을 만드는 e는 가느다란 대나무로 갓 테를 만드는 양태일, 말총으로 총모자를 만드는 중모자일, 양태와 총모자를 맞추어 갓을 완성시키는 입자일 등 크게 3가지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양태일 24 과정, 총모자일 17 과정, 입자일 10 과정 등 총 51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한 개의 갓이 완성된다.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 완성되는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대개 우리는 갓이 말총으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원래 갓은 대나무를 가늘게 만든 죽사를 이용하여 양태와 모자를 만들었는데 점차 갓의 착용하는 신분이 늘어나면서 모자를 말총을 이용하게 된 것이라 한다. 재료에 따라 말총을 사용한 총대우, 죽사를 사용한 죽대우, 대우와 양태 위에 명주실이나 죽사를 덧입힌 사랍류, 명주천을 씌워 제작하는 포립등으로 나뉜다고 한다. 이러한 갓은 대체적으로 대작업, 철대만들기, 대작업죽사내리기, 은각짓기, 골배기, 양태 트집잡기, 눌리 합장하기, 양태와 총모자 붙이기, 옻칠하고 마무리하기 순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갓일은 갓을 만드는 전체 과정을 말하며, 총모자, 양태, 입자 3가지의 분야의 기술 협업을 통해서 갓이 완성된다.

총모자는 말꼬리나 목덜미의 털을 이용하여 머리의 상투 부분에 올리는 모자 부분이며, 양태는 햇빛을 가리는 차양 부분으로 챙 부분이다. 이 총모자와 양태 두 부품을 형태를 잡고 갓의 종류별로 꾸며 주는 과정을 통한 하나로 연결하여 완성하는 것이 입자장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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