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y. 이종락 화백
ⓒ by. 이종락 화백

조선시대 상촌 신흠이라는 고위 공직자가 남긴 야언선에 나오는 글이다.

훗날 영의정에 오를 때까지 평생을 벼슬과 당쟁, 좌천을 겪으면서도 지금 보면 '나는 자연인이다' 이상의 감성과 정서, 자연속에 하나되는 낭만과 풍류를 엿볼 수 있다.

일부만 옮겨 본다.

꽃이 너무 아름다우면 향기가 부족한 법이요, 향기가 너무 좋은 꽃은 모양이 그리 아름답지 않다. 그러므로 너무 부귀하면 맑은 향기가 적고, 그윽하고 꽃다운 것을 싫어하는 태도도 낙막한 점이 많으니, 군자는 차라리 백세에 향기를 떨치고자 하지, 한때의 요염함을 구하지 않는다. (중략)

술잔을 기울이는 일은 즐거운 일이로되 남을 너무 의식하면 그것도 지옥과 같고, 친구를 좋아하는 것은 달통한 일이지만 속물들과 놀면 그것도 고해와 같다.

바쁘고 다사함을 벗어나 밖에서 여유와 한가로움을 얻고, 이제 앞으로 살아갈 햇수가 적은 속에서도 세월의 넉넉함을 아는 것이 은둔해서 사는 사람의 뜻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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